그리고 다음 날 계획에도 없던 시골행 도착하자마자 피 빼기 작업. 꼬리뼈와 우족, 소뼈를 먼저 흐르는 물에 몇 시간 담가 피를 빼야 한다.
한우 꼬리뼈는 가격이 꽤 비싸고 크기도 호주산에 비해 훨씬 작지만 쫄깃한 껍질과 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우리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할아버지 오토바이에 태워달라고 조른다.
아버지는 장작불을 피우는 작업을 하던 중 작업복 차림으로 아이들의 성화에 오토바이를 들고 왔다.
시골이라 더욱 춥고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굳이.
동네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계속 탄다는 걸 겨우 달래서 끌어내렸어. 역시 두 번째는 집에 와서 감기에 걸려서 며칠 고생했다.
( ´ ; ω ; ` )
그동안 아버지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그것은 색소폰. 옆집 아저씨가 무료강습을 해준다고 해서 구입했다지만 아직 초보 단계. 색소폰은 처음에는 소리내기도 힘든데 아버지는 처음부터 바로 소리를 냈다며 흡족해했다.
아직 도레미파… 밖에 못하는데 조만간 예쁜 연주곡을 들을 수 있을까 아빠의 풍채에는 꼭 맞는 것 같다
진지한 할아버지와 그 모습이 어색했는지 더 오버해서 웃던 아이들 아빠는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 라솔파밀레도를 반복했다.
본격적인 곰탕 만들기는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하기로 하고 저녁식사를 하러 ‘도천순대’ 장년점으로 갔다.
도천에 있는 본점은 항상 대기가 길어 지척에서 호젓한 창녕점을 자주 찾는 편이다.
우선 순대모듬과 소 15,000원.
순대전골 1인분 10,000원.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게 없어서 집에서 미리 돈가스를 구워 밥과 함께 밥을 시켰다.
순대찌개 먹은 후 볶음밥은 필수 사실 예전까지 식단 관리를 계속했는데 여기서 내 고삐가 풀렸다 볶음밥까지 깨고 나니 오랜만에 과식해서 그런지 위가 당기는 느낌이었는데 금방 적응해서 이제 많이 먹어도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_@
집에 가는 길에 마트&다이소엘 들러 쇼핑을 하고 아이들에게 퍼즐놀이를 사주면 오자마자 퍼즐 맞추기에 열중한다.
자고 일어나서는 ‘드로잉 캔디’ 삼매경 덕분에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어.
마트에서 아이들이 고른 브레드 이발소 ‘드로잉 캔디’ 펜 캔디와 식용지가 들어 있다.
팽캔디는 진한 시럽이 들어 있고 식용지에는 브레드 이발소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데 어린 시절 즐겨 먹던 불량식품 중 테이프의 맛과 비슷하다.
추억에 잠겨 먹을 테이프를 찾아보니 ‘오브라이트 롤’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었다는 거 옛날 맛인가 해서 시켜봤어 ㅎㅎㅎ
장작불로 곰탕을 끓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두 사람의 방해 공작까지 더해져 난이도는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그 와중에 첫 물을 끓이고 다시 물을 넣고 본격 곰탕 만들기. 3시간 간격으로 한 번 더 끓이다가, 한 번 더 끓이다가, 마지막으로 끓이다가 세 가지를 합쳐 달여야 완성되는 인고와 정성의 산물이 바로 곰국수다.
처음 만든 곰국은 국물이 뽀얀 맛 대신 기름 덩어리가 상당히 많아지며, 두세 번 끓일수록 국물이 맑고 기름기가 적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펄펄 끓어도 금방 식고 기름 덩어리가 금방 생겨 쉽게 건질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우리 애들은 하루만에 시골뜨기가 됐고
보리도 시골 똥집을 졸여서… 눈물 자국 어떡하지?
설 연휴에 연날리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높이 연날리기에 성공.
우리는 항상 연을 들고 달릴 뿐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한 번 바람에 날린 연은 가만히 있어도 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고 무척 기뻐했다.
겨울 텃밭은 생명이 불가능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사계절 흔적이 남아있는 상추와 겨울 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나뭇가지 끝에 겨울눈이 이른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애들은 얼마 전에 곰국 끓여 텃밭에 버려둔 사골조각을 하나씩 주워와서 김매기를 하고 마른 나뭇가지에 그 잡초를 덮어주고 (추울지 모르니 씌워줘야지)
뼛조각을 땅에 묻고 솔잎을 부러뜨려 흙을 털고 그 뼛조각을 파내어 기뻐했다.
뼛조각 하나 가지고 참 잘도 논다.
그동안 곰국 만들기도 거의 마무리 단계.
바람에 흔들리면서 풍경이 내는 소리도 듣기 좋다.
시골에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한번씩 오는 시골은 힐링이 된다.
늦은 오후, 식혀서 기름을 걷어내어 가져오는 것은 아버지 몫으로 남겨두고 우리는 서둘러 짐을 꾸렸다.
아이들은 낮잠을 안 자고 어찌나 잘 노는지 차에 타자마자 기지개를 켜고 편히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다음 날 아버지가 가져오신 곰탕 둘로 나눠 하나는 오빠, 하나는 우리 집에서야:) 몇 번이나 제거했다지만 또 남은 기름은 그대로 빼버리고 하얗고 맑은 곰탕을 지퍼백에 나눠 담아 곧바로 음식은 냉장고에,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 뒀다.
냉장고에 하루 두면 푸딩처럼 탱글탱글한 곰탕!
파는 곳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구수하고 깊은 곰탕이다.